15 37.567684 126.970908 1 1 4000 1 http://dutchculturekorea.com 300

〈변덕스러운 부피와 두께〉 전시에서 만나는 한국의 아티스트북

지난 6월 23일부터 KF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변덕스러운 부피와 두께 – 네덜란드 최고의 책 디자인 한국의 아티스트북을 만나다〉가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2019 네덜란드 최고의 책 디자인 33권전시 전반의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한 팀 써스데이(Team Thursday)의 작업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전시의 또 다른 주인공인 한국의 아티스트북 17권에 얽힌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전시 개요

  • 전시기간: 2021.06.23. (수) – 08.13. (금)
    ※ 매주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운영시간: 월~금 10:00~19:00, 토 10:00~16:00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일정이 변동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전시장소: KF Gallery (서울시 중구 을지로 5길 26 미래에셋센터원 서관 2층)
  • 관람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46120
  • 문의: 02-2151-6500 / kfcenter@kf.or.kr
  • 주최: 주한네덜란드대사관, 한국국제교류재단
  • 협력: 베스트 더치 북 디자인 파운데이션(The Best Dutch Book Designs Foundation), 팀 써스데이(Team Thursday), 아트북프레스(Art Book Press)
  • 참여작가: 김경태, 로와정
  • 그래픽 디자인: 팀 써스데이

아트북프레스

 〈변덕스러운 부피와 두께〉 전시의 협력 큐레이터로 한국 책 큐레이션을 담당한 조숙현 대표가 설립한 아트북프레스는 현대미술 전문 서적과 아트북을 출간하는 독립 출판사입니다. 1년에 단 두 권의 책만을 출간하는 아트북프레스의 조숙현 대표는 이번  〈변덕스러운 부피와 두께〉 전시에서 선보일 한국의 아티스트북을 선정하는 데에도 몇 가지의 원칙을 세웠다고 하는데요. 이미지, 텍스트, 책의 조형성을 통해 아티스트의 개성과 예술 세계가 충분히 드러나면서도 일반 도록(catalogue)보다는 한 단계 위의 완성도와 예술성을 가진 아트북을 선별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또한, 책의 발간 연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근작에 치중하기보다는 작가의 예술세계에 가장 충실한 책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엄선된 큐레이션을 통해 전시에 함께하게 된 17권의 책들은 어떤 것인지 살펴볼까요?

한국의 아티스트북 17권

• Feuilles(Leaves, 잎사귀들)

아티스트: 엄유정

출판: 미디어버스

엄유정 작가의 식물 그림 112점이 수록된 그림책으로, 미술 비평가 안소연의 글이 별책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 엄유정의 그림이 섬세한 종이 질감으로 개성 있게 표현된 이 책은 ‘2021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서 최고상인 ‘골든 레터(Golden Letter)’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 낭패 Wolf and Wolf

아티스트: 백현주

출판: 아라리오 갤러리

2017년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 백현주 작가의 개인전 〈낭패〉의 도록으로, 전시 준비 과정부터 전시 마지막 날까지 매일매일 달라지는 전시장의 풍경을 담은 스크랩북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전시장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도록의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는 동시에 아날로그적인 책의 매력이 담긴 도록인데요. 지난 전시에서 관객의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 쓰였던 헬멧도 함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Flashbulb Memory(섬광기억)

아티스트: 권도연

출판: 하체 칸츠(Hatje Cantz)

사진작가 권도연이 2019년 일우사진상 출판 부문을 수상하면서 독일의 아트 출판사 하체 칸츠(Hatje Cantz)에서 출판된 책으로, 작가의 초기 작업인 〈애송이의 여행〉부터 가장 최근 작업인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5개의 작업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나뭇잎 일기Diary of Leaves

아티스트: 허윤희

출판: 궁리

허윤희 작가가 매일 집 근처 북악산을 산책하면서 그린 나뭇잎 드로잉으로, 2008년 5월 5일부터 시작된 <나뭇잎 일기> 중에서 2008~2009년, 2011~2012년 일기 380여 편을 엮은 책입니다. 집 근처로 산책을 나가 그날의 빛깔을 담은 나뭇잎(혹은 풀잎)을 채집해 와서 그림으로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일이나 생각나는 사람, 떠오르는 단상을 짧은 글로 남겼는데요. 식물 전문가가 작가의 드로잉을 추적해 식물 이름을 부록으로 수록했습니다.

• 매우 초록 Very Green

아티스트: 노석미

출판: 난다

서울 근교 전원에서 독립적인 작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노석미 화가의 40대 이야기와 그림을 담은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작가의 삶을 이어가는 고충과 아름다움이 작가 특유의 글솜씨가 담긴 이야기와 작업을 통해 나타납니다.

•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 Nine Goldfish and Water in the Distance

아티스트: 안규철

출판: 현대문학

월간 현대문학에서 2010년 1월호부터 4년간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과 그림 53편을 단행본으로 펴낸 책입니다. 작가가 직접 쓴 에세이와 드로잉이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시각 예술과 문학, 철학, 예술가의 사회적인 발언이 한데 섞여 있는 에세이입니다.

나는 셋 아니 넷 아니 다섯 I Am Three or Four or Five

아티스트: 국동완

출판: 바운더리북스

작가의 임신과 출산 경험을 바탕으로 태아의 자라나는 모습을 한지에 흑연으로 그린 41장의 자유 연상 드로잉과 그 드로잉을 텍스트로 적은 41편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 Re-move(리-무브)

아티스트: 최찬숙

출판: 아트선재센터

2017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된 최찬숙 작가의 개인전 〈re-move〉의 도록으로, 작업 및 전시 이미지와 더불어 작가의 작업을 해석하는 7명의 다른 평론가의 글이 실험적인 디자인과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 말이 없는 사람 A Man Without Words

아티스트: 양정욱

출판: 닻프레스

양정욱 작가의 드로잉북으로, 핸드메이드 아트북을 지향하는 닻프레스에서 100권 한정으로 출판한 책입니다. 작가의 조형성과 움직임에 대한 고민이 드로잉을 통해 구현되었고, 작가의 흥미로운 단편 소설이 한 편 수록되어 있습니다.

• 기록과 기억 Memos and Memories

아티스트: 박이소

출판: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박이소: 기록과 기억〉 전시의 도록으로, 이 전시는 20세기 후반 한국미술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한국 미술사의 맥을 짚어보고자 기획된 전시입니다. 2014년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특별 기증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안타깝게도 요절한 작가 박이소의 삶을 아우르는 기록과 기억을 담고자 한 책입니다.

• Lee Jinju Art Book(이진주 아트북)

아티스트: 이진주

출판: 아트북프레스

동양화가 이진주 작가의 첫 번째 아트북으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작가의 작업을 총망라한 책입니다.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모던 동양화를 개척하고 있는 이진주 작가의 예술성을 볼 수 있습니다.

• 절대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생성하는 멜랑콜리 Melancholy is a Longing for the Absoluteness

아티스트: 양혜규

출판: 현실문화연구, 사무소

현실문화연구와 사무소(SAMUSO: Space for Contemporary Art)가 공동으로 기획하여 발간한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모노그래프입니다. 독일에 거처를 두면서도 전시 활동을 위해 한 해의 대부분을 여러 나라,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닌 양혜규의 노마드 삶은 이방인으로서의 삶, 국외자로서의 삶인 동시에, <창고 피스> 등의 작품에도 중요한 모티프 혹은 주제가 되고 있는데요. 특히 어머니와 함께 주고받은 다이어리 등 작가의 문학성을 볼 수 있습니다.

• instagram@kdkkdk

아티스트: 김도균(kdk)

출판: 이안북스

2011년부터 2,456일 동안 작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한 1,555장의 사진을 시간 순서로 엮은 사진집으로, 2017년 을지로에 위치한 ‘상업화랑’에서 열린 전시 〈20110326-20171214 instagram@kdkkdk 20171215-20171231〉의 연장 선상에서 기획된 책입니다. 이미지 중심의 SNS와 오프라인 전시, 데이터와 물질적 사진 사이의 새로운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오브제로서의 책이기도 합니다.

• 함께한 계절 Season in the Colors

아티스트: 신정식

출판: 보스토크 프레스

사진전문 출판사 보스토크 프레스에서 매년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출판 프로젝트의 2019년 당선작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기록한 사진과 글이 담겨 있는데요. 신정식 작가는 어떤 말에도 꿈쩍 안 하던 아버지가, “사진 찍으러 나가자”는 아들의 말에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을 바탕으로, 1년 동안 아버지와 함께한 사계절의 사진과 글을 함께 실었습니다.

A Song for the Unseen(눈 먼 자를 위한 노래)

아티스트: 이채은

출판: 이르마 봄 오피스(Irma Boom Office) & 르노아스쿠링(Lenoirschuring)

이채은 작가의 네덜란드 EENWERK 갤러리 개인전  〈A Song for The Unseen〉(2020)의 도록입니다. 갤러리 이름이 말해주듯, ‘EEN WERK'(하나의 작업)을 전시하는 갤러리의 컨셉에 맞추어 한 작품으로만 구성된 도록으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르마 봄(Irma Boom)의 대담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아트북입니다.

• 메멘토 Memento

아티스트: 백승우

출판: 이안북스

백승우 사진작가는 미국 프리마켓에서 수집한 50,000점의 슬라이드 사진을 모아 8명의 사람들에게 8점의 사진을 각각 선택하게 한 뒤, 메모를 남기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이 공동작업은 누군가의 추억을 제3자가 엽서 형태의 사진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허구의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사진작가가 촬영한 사진이 아닌, 큐레이팅과 편집 과정을 통해서 작업을 구성한 독특하고 선구적인 작업입니다.

• 창작을 위한 변명 Excuse for Creation

아티스트: 허찬미

출판: 아트북프레스

허찬미 작가가 전업 작가의 길을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변명’의 상황에 대해 쓴 시적인 에세이입니다. 작가의 작업 40점이 수록되었고, 책의 커버는 작가가 이불에 그린 회화를 잘라서 핸드메이드 바인딩으로 제작한 것으로, 모든 커버가 각각 다른 200권의 한정판 아트북이 탄생하였습니다.

로와정(RohwaJeong)의 아트 퍼니처

이처럼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지닌 이 17권의 아티스트북은 책들만큼이나 특별한 책꽂이에 꽂혀 있는데요. 바로 한국의 로와정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디자인한 맞춤형 책꽂이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세상에서 단 한 권만을 위한 책꽂이는 17권의 아티스트북이 지닌 개성을 극대화하여 느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와 더불어, 도서관의 북 카트를 연상케 하는 두 개의 벤치는 전시에 한층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는데요. 전시 관람 중 실제로 앉을 수 있도록 배치된 이 작품들에 머물며 마음에 드는 책을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통해 잠시나마 아티스트북과 함께하는 여유와 힐링을 누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필요한 형태 Shelf_settled by 로와정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린 네덜란드에서 온 33권의 책 중, 한국 출신의 이수지 디자이너와 이동영 디자이너가 참여한 작품들을 통해 네덜란드와 한국 문화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속적인 교류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의 아티스트북에도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이르마 봄이 작업에 참여한 ‘A Song for The Unseen(눈 먼 자를 위한 노래)’과 같은 작품이 포함되어 전시 곳곳에 배어 있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특별한 관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팀 써스데이가 디자인한 아코디언 테이블과 한국의 로와정 작가가 디자인한 맞춤형 책꽂이가 전시장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 역시 두 나라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한데요. 이처럼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전시 〈변덕스러운 부피와 두께〉는 8월 13일까지 KF 갤러리에서 계속됩니다. 온,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 이번 전시는 VR 전시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Co-hosted by Dutch Culture Korea

(본 전시는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공동주최합니다.)

dutch culture korea LOGO

Published by Dutch Culture Korea

Share:
PREVIOUS POST
DDWxSDF 국제 디자인 교류 프로젝트 미리보기 2 – Workspace: Studio PESI x Studio Jeroen
NEXT POST
DDWxSDF 국제 디자인 교류 프로젝트 미리보기 3 – Phygital(physical+digital): Hyunjung Kim x Cream on Chrome

0 Comment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