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윈도우 리컨스트럭션》 (3/10~4/6)

제10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윈도우 리컨스트럭션》이 3월 10일부터 4월 6일까지 아마도예술공간에서 개최됩니다. 용산구에 위치한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2022 베니스 비엔날레 네덜란드 국가관 출품 작가인 멜라니 보나요(malenie bonajo)의 작품과 더불어 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영화 〈분더카머 10.0〉의 공동 감독 및 각본을 맡은 기예림 작가의 작품 또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제10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윈도우 리컨스트럭션》을 Dutch Culture Korea에서 소개합니다.

(이하 내용은 아마도예술공간 제공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제10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윈도우 리컨스트럭션》

• 전시기간: 2022년 3월 10일(금)~4월 6일(목)
• 운영시간: 화요일-일요일(월요일 휴관) 11:00am~6:00pm
• 전시장소: 아마도예술공간(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4길 8)
• 참여작가: 강은희, 기예림, 멜라니 보나요, 박예나, 장서영, 조효리
• 기획: 김맑음(제10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선정 큐레이터)

제10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윈도우 리컨스트럭션》은 운영체제가 재건축되는 모습을 기반으로 동시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디어의 신화는 반대방향으로 나가는 동력, 즉 시간체계를 스스로 수반하고 있기에 영원히 빛나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 의심을 던져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제 디지털 기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디지털과 인간이 유착되는 관계는 기술 발전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명하였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 관계성이 역전되어 디지털 기반의 세계가 현실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본 전시는 디지털 암흑시대와 같이 좀 더 익숙한 아포칼립스적 이야기에서 윈도우 운영체제와 같은 소프트웨어에도 미디어 자체에 반하고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상정합니다. 이 동력은 일찍이 테드 창의 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에서 등장하기도 하였는데, 컴퓨터 안에서 살아가는 디지언트라는 이름의 객체들이 시스템 지형이 오래되어 침식되자 겪는 위기가 그러한 모습입니다. 터전이 오래되자 업데이트하지 못하는 디지언트들은 주인에 의해서 눈을 감거나 혹은 다른 형태로 이주를 시도합니다.

SF 소설의 한 장면은 일찍이 프리드리히 키틀러가 컴퓨터가 발전하는 과정은 하나의 차원들이 하나씩 차례대로 철폐되는 순서를 지니고 있다고 일찍이 분석한 것과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압축이 이루어지는 순서에서 압축되기 이전의 차원은 은폐되고 숨겨지고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점차적으로 하나의 차원을 덜어내는 흐름 속에서 컴퓨터는 현실의 모든 것을 완전히 압축하여 일차원적인 텍스트도 남지 못하는 숫자나 비트로만 구성되고 있습니다.

견고해보이는 숫자나 비트의 세계는 실제로 그 구조를 조직하는데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라는 개념과 같이 견고함을 은연중에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역시 침식의 현상을 겪는데, 매우 단순하게도 지금은 은폐된 작은 버그(bug)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캘린더 애플리케이션에서 날짜를 보기 위해 2038년 이후를 선택하게 되면, 갑자기 그 이후의 시간이 없는 것처럼 1970년 1월 1일로 돌아가는 버그가 이따금씩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버그의 원인에는 ‘유닉스 시간(Unix Time)’이라는 소프트웨어 자체의 시간체계가 있습니다. 대부분 컴퓨터 운영체제의 기반이 되는 이 시간체계는 1970년 1월 1일 00:00:00시부터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윈도우에서 흔히 보는 32비트 부호 정수형은 2의 31승에서 1이 빠진 2,147,483,647까지 최댓값을 나타낼 수 있는데, 이 값을 넘어서면 이제 32비트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거나 오작동합니다. 시간이 멈추는 셈인데요. 그래서 2038년 1월 19일 3시 14분 7초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 32비트 유닉스 시간은 그것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돌아가는 오버플로(overflow) 버그를 택하기도 합니다. 이 처음 값으로 돌아가는 것은 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작동의 순간들을 안고 돌아가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오버플로 시점에 다다르기 전에 유닉스 시간은 32비트의 세계를 마모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가 닳아 없어지는 것만 보았지만,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도 또 다른 시간체계로 금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비트의 시간이 가진 끝은 명징합니다. 이에 대해 해결책이라 할 수 없지만,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할 수 있는 것은 큰 비트의 시간체계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곳에도 분명히 끝이 있지만, 이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디지언트들의 이주처럼, 끊임없이 소진되고 새로 지어지는 터전처럼, 인류가 자손으로 이어 나간 역사처럼,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처럼, 운영체제의 계속되는 업데이트처럼 말이죠. 

유닉스 시간의 흐름은 일견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1975년부터 사용이 승인된 연와조와 세멘벽돌조의 건물인 아마도예술공간과 함께 궤를 같이하며 시간을 체화하고 있습니다. 이 과거가 쌓인 삐걱거리고 벗겨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는 마모되고 낡은 건물로 현현합니다. 

본 전시의 주요 작품으로는 네덜란드 작가 멜라니 보나요(melanie bonajo)가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진보와 퇴보를 반복하는 기술의 역사를 돌이켜 보는 실험적 다큐멘터리 〈진보 대 퇴보〉, 시간을 상징적으로 회화의 장면으로 구현하는 조효리 작가의 회화 작업들, 냉동 난자의 목소리로 움츠러든 시간을 살펴보는 강은희 작가의 신작 〈Dear Freeze〉,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신체에 대한 장서영 작가의 〈스키드〉,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현하면서 은폐하는 건축구조물 악세스 플로어에서 시작한 기예림 작가의 〈Versatile Dynamics〉, 인공물들의 폐허를 구축한 박예나 작가의 〈발굴〉이 소개됩니다.

멜라니 보나요(melanie bonajo)

멜라니 보나요, 〈진보 대 퇴보〉, 2016, 단채널 HD 영상, 54분 37초. AKINCI 갤러리 제공

멜라니 보나요는 예술가, 영화감독, 신체 기반 섹슈얼리티 강사, 포옹 워크숍 진행자 및 활동가입니다. 그는 영상, 퍼포먼스, 사진, 설치 작업 등을 통해 파괴적인 자본주의 사회가 직면한 공존의 문제에 주목하며, 점점 더 삭막해지는 기술 지배 세계에서의 친밀감 상실과 그로 인한 고립 등의 주제를 탐구합니다. 보나요는 특히 기술 발전과 물질적 쾌락으로 인해 개인들의 소속감이 줄어들면서 소외감이 증폭되는 현상을 연구합니다. 그의 작품은 성적 정체성과 친밀감 등 다양한 감정의 탐색을 통해 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반자본주의적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또한 불법적인 신분이나 문화적 배제로 인해 사회의 언저리에서 살아가는 공동체와 강한 공동체 의식, 평등, 신체 정치를 바탕으로 안락함의 개념에 내재된 역설 등을 다룬 실험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진보 대 퇴보(Progress vs Regress)〉는 노인들의 시선을 통해 현대의 발명이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보여줍니다. 이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고 광범위한 산업적, 기술적, 디지털적 변화를 겪으며 살아온 세대입니다. 〈진보 대 퇴보〉는 이러한 발명들이 어떻게 우리의 가치와 우리 자신을 형성하는지를 연구하며, ‘진보’라는 개념이 노동과 돈, 시간, 감정에 대한 태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시사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종종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시각 문화에 반영되지 않으며, 소외된 노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어떻게 점점 더 새로운 형태의 ‘정상성’으로 내몰리고 있는지와 나이가 들면서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소셜 미디어와 기술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우리의 능력에 어떻게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보나요의 영화는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한 실험을 다양하게 시도함으로써 급격한 기술 발전과 정보 불안, 이러한 발명이 오늘날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노인의 신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우리가 어떤 종류의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노인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재형성할 것을 요청합니다.

지금까지 제10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윈도우 리컨스트럭션》과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네덜란드 작가 멜라니 보나요의 작품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멜라니 보나요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월 6일까지 계속됩니다.

멜라니 보나요는 오는 4월 7일부터 열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일 작품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Published by Dutch Culture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