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37.567684 126.970908 1 1 4000 1 http://dutchculturekorea.com 300

인터넷을 나만의 캔버스로, Rafaël Rozendaal

서울역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인 ‘서울 스퀘어’ 외벽의 미디어 파사드 전시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곤 합니다. 매일 오후 8시부터 펼쳐지는 다양한 빛의 움직임,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일상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데요.

위 작품은 2012년 5월에,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이 뉴욕의 뉴 뮤지엄(New Museum)과의 협력으로 진행한 브랜드 행사에서 보여진 미디어 아트 작품 중 하나입니다. 바로, 네덜란드계 브라질리안 아티스트 라파엘 로젠달(Rafaël Rozendaal)의 작품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키스(The World’s Biggest Kiss)”입니다. 사진과 같은 키스 장면뿐만 아니라, 로젠달의 다른 작품들 총 4가지가 소개되었는데요. 사실, 이 작품들은 로젠달의 웹사이트 작품들을 미디어 전시로 구현해 낸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각 도메인을 통해 접속하면 원래의 웹사이트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데요. 웹사이트에서는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클릭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서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관람할 수 있답니다. :)

이처럼 라파엘 로젠달은 인터넷을 자신만의 캔버스로 하여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통 단시인 하이쿠(Haiku, 俳句), 설치물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 그리고 강연과 어플 제작 및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디지털 아트 작품으로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라파엘 로젠달(Rafaël Rozendaal)의 이야기와 그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

(이 포스팅은 2016년에 진행한 라파엘 로젠달의 SBS 서울 디자인 포럼에서의 ‘인터넷은 우리의 글로벌 캔버스다.’ 강연과 웹사이트 https://www.newrafael.com/ 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미디어 전시 – ‘The World’s Biggest Kiss’

이 영상은 앞에서 소개한 서울스퀘어 미디어 아트 전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키스(The World’s Biggest Kiss)>의 전체 영상입니다.

아래에서는 각 작품의 원제와 웹사이트를 소개합니다. 각 링크를 통해 라파엘 로젠달의 아트 웹사이트들을 만나보세요!:)

www.newrafael.com

www.newrafael.com

www.newrafael.com

이 작품은 마우스로 클릭하면 꽃의 색이 바뀌는데요. ‘계속 피는 꽃’입니다. 꽃이 피어나는 장면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듯이 보입니다. 계속 피는 꽃은 녹화된 장면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 아닌 ‘프로그래밍’인데요. 코딩을 통해서 매번 다르게 꽃이 피어나게 됩니다. 이는 폭포가 흘러내리는 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면 같아보이지만 항상 다릅니다. 물이 항상 같은 곳에 떨어져 내리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계속 피는 꽃이라고 하더라도, 코딩과 관람객의 클릭으로 인해 작품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중입니다.

www.newrafael.com

이 작품은 마우스로 클릭하면 누르는 방향에 따라 화면이 움직이는데요. 마치 다양한 색의 벽으로 둘러싸인 미로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

 

또한 2015년 2월에는 가장 먼저 소개해드린, ‘Much Better Than This 작품을 뉴욕 타임스퀘어의 수많은 전광판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타임스퀘어의 밤 거리가 더 로맨틱하고 다채로워 보이지 않나요?:)

Photography by Michael Wells

Photography by Michael Wells

 

Interaction

라파엘 로젠달의 웹사이트는 모두 예술 작품인데요. 특히 마우스의 클릭과 이동 등 사용자의 참여에 따라 작품에 변화가 나타나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아트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로젠달은 ‘interaction(인터랙션)’ 즉, 상호작용을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보통 인터랙션이 실행되는 것은 항상 결과를 얻기 위한 어떤 목적을 갖고 있지만, 로젠달은 그 자체에 집중하고 의미를 고찰하고자 했습니다. 상호작용만을 위한 상호작용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웹사이트로 다양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죠. 이러한 웹사이트들에는 매년 500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방문한다고 하는데요. 더 다양한 웹사이트들은 여기를 클릭하여 그의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www.newrafael.com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세상을 보고 자신이 본 것을 구현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로젠달의 작품들도 자신이 본 것을 구현해 낸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인터넷이라는 동시대 수단을 활용하여 인터랙티브 이미지를 구현해 냈습니다. 로젠달의 웹사이트 중에서, Please Touch Me (http://www.pleasetouchme.com/)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은 파란색의 손이 그려져 있는데요. 손가락의 끝을 마우스로 끌어다가 접으면, 실제 손가락을 접듯이 다섯 손가락 모두를 원하는 대로 접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접힌 손가락은 다시 펴집니다. 작가에 따르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자신의 손을 보게 되었고 그것을 인터랙티브 이미지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그림도 만화도 아닌, 작가의 손을 인터랙티브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모든 웹사이트들은 각각 다른 규칙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웹사이트들이 가진 아이디어가 거대하거나 복잡한 내용은 아닌데요. 몇 년 동안 로젠달은 자신의 흥미를 끄는 모든 것들을 어떻게 인터넷에 맞게 표현해 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여러 실험을 통해서 결국 웹사이트들로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웹사이트 작품은 점차 추상적으로 변화해갔는데요. 손이나 버튼과 같은 구체적인 대상이 아닌 ‘색’과 ‘구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보통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들 때는 스스로 작품을 완성하는 시기를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랙티브 작품들에서는 작품이 완성되는 시점을 정할 수 없겠죠. 사용자가 영향을 미치고 또한 그 결과는 언제나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색을 활용한 추상적 작품 중 대표적으로 Into Time (http://www.intotime.com/)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로젠달의 웹사이트 작품들은 도메인 이름이 그대로 작품명인데요. 작품이 있는 사이트를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웹사이트 작품들은 판매가 가능한데요. 보통 디지털 작품은 무한으로 복사가 가능하고 보호하기가 어렵지만 도메인 이름은 팔 수 있는 몇 안되는 상품 중에 하나이며 유한합니다. 한 도메인(작품)이 판매가 되면 그 이름은 수집가에게 전달이 되지만, 계약서에는 웹사이트가 계속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예술은 보여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아트를 만들지만 비밀번호로 막거나 접속을 제한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 그의 작품을 놓고 싶어하며, 작품들이 컴퓨터 안에만 갇혀 있기를 원하지도 않는데요. 이러한 그의 생각이 바탕이 되었기에, 앞에서 소개한 서울 스퀘어에서의 전시 그리고 지금 바로 접속가능한 웹사이트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겠죠?

 

렌티큘러(lenticular) 작품

로젠달의 ‘인터랙션’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인터넷 상에서 뿐만 아니라, 컴퓨터 밖의 일반적인 전시장에서도 구현되었는데요. 바로 보는 시각에 따라 그림이나 사진이 달라보이는  렌티큘러(lenticular)를 이용한 작품들입니다. 전시장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는 위치에 따라 빛과 각도가 변하는 것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최초의 인터랙티브 구성은 로젠달이 만들어 놓지만, 작품을 보는 사람이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구성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게 됩니다.

렌티큘러는 일상에서 엽서나 카드 등으로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로젠달은 이를 보통보다 크게 확대하여 전시했는데요. 같은 인터렉티브 구성이지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이를 ‘전기가 필요 없는 컴퓨터’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그의 렌티큘러 작품은 2013년 뉴욕의 포스트마스터스 갤러리(Postmasters Gallery)에서 진행된 전시 영상을 통해서 잠시 즐겨보세요! :)

 

추상적 브라우징(Abstract Browsing) 프로젝트

라파엘 로젠달은 항상 새로운 방법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는데요. ‘추상적 브라우징(Abstract Browsing)’이라고 불리는 플러그인과 작품들도 그 중 하나입니다.

우선 ‘추상적 브라우징’이라는 크롬 플러그인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웹사이트에서 이 플러그인을 활성화하면, 화면으로 보이는 웹사이트가 아래와 같이 ‘추상화’ 됩니다.

www.newrafael.com

이 추상화된 화면의 구성 결과물은 작가가 의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구글에 무엇인가를 검색하면, 그 검색어에 따라서 검색결과 화면이 나오는데요. 이 화면은 구글과 구글의 인공지능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로젠달은 ‘추상적 브라우징’과 같은 최초의 인터랙티브 구성만을 만들고, 그 후에는 사용자들이 어느 화면을 열고 추상화 시킬지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습니다.

플러그인을 이용해 스캔한 웹사이트의 화면은 로젠달에 의해서 선택되고 편집되어서 작품이 되었는데요. 또한 ‘태피스트리(tapestry, 직물)’를 통해 물리적 화면으로 담아내고, 전시로 구현하였습니다. 컴퓨터 화면의 추상화 된 작업을 태피스트리를 통해 물리적 화면으로 표현해내는 것에는 ‘컴퓨터의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직물을 짜는 기계가 처음에는 수동으로 작동되다가 후에 기계화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색으로만 만들어졌지만, 사람들이 점점 다양한 색과 화려한 무늬를 원하게 되자 오르간의 펀치카드(천공카드)를 통해 다양한 색을 활용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려넣고 싶은 디자인을 0과 1의 정보로 바꾸어서 펀치카드를 활용해 무늬를 새겨넣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1700년대 컴퓨터 개념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러한 컴퓨터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던 로젠달은, 태피스트리와 컴퓨터를 다시 연결시켰는데요. 사용자 기반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구성들을 오래된 태피스트리의 형태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전시로도 구현하였습니다.

www.newrafael.com

www.newrafael.com

 

Haiku, 俳句

하이쿠(Haiku,俳句)는 일본의 전통시로, 해학적이고 응축된 어휘로 인정(人情)과 사물의 기미(機微)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이 하이쿠는 일본의 와카[和歌]와 함께 일본 시가문학의 커다란 장르를 이루고 있습니다. (출처: 두산백과)

라파엘 로젠달은 (1월 4일 기준) 253개의 하이쿠 작품을 홈페이지에 공개해놓았는데요. 가장 최근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RR haiku 253]

i had a headache

for a few hours

not any more

(나는 몇 시간 동안 머리가 아팠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다.)

[RR haiku 252]

all i want to do

is spend more time

with you

(내가 원하는 것은 당신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하이쿠들을 활용해서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는데요. 2015년 뉴욕의 포스트마스터스 갤러리(Postmasters Gallery)에서 열렸습니다.

www.newrafael.com

www.newrafael.com

 


 

어떤 형태의 문화적 표현에 있어서든 무엇을 보여줄 지를 논의하고 수정하는 과정은 필수적 입니다. 하지만 로젠달은 많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작품을 만들기를 원하는데요. 그저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만들고, 온라인에 올립니다. 물리적 작품을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표현에 ‘자유’를 원하고, 마음껏 표현해내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웹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웹에는 완전한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예술은 어디에서나 접근이 가능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웹사이트들이 모아진 곳을 가상공간을 ‘스튜디오(studio)’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데요.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기에, 그는 어디를 가든 스튜디오와 함께 다닐 수 있으며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미디어 아트의 지속 가능한 접근을 위한 국제 플랫폼인 LIMA에서 2016년, 라파엘 로젠달의 2001년부터 2016년의 웹사이트를 총망라하여 보여주는 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로젠달은, 조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도 자신의 작품 자체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을 즐긴다고 하는데요. 관람객이 될 여러분도 그의 작품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보이는 그대로를 느껴보면 어떨까요? 아래의 영상을 통해서 라파엘 로젠달의 2016년까지의 웹사이트 모두를 감상해보세요. :)

이외에도, 지난 2016년 7월 20일부터 2017년 2월 19일까지 진행된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진행 된 기획전 《뉴 게임플레이(New Gameplay)》에서도 라파엘 로젠달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곧 다시 라파엘 로젠달의 작품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다양한 네덜란드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들, Dutch Culture Korea 블로그와 함께 만나보세요!:)

 

dutch culture korea LOGO

Published by Dutch Culture Korea.

Share:
PREVIOUS POST
Rijksakademie Residency Open Call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 오픈콜
NEXT POST
네덜란드에서 선보이는 경기도자비엔날레 골호전 – ‘Urnen’ in EKWC

0 Comment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