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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17세기 ‘황금 시대(Golden Age)’를 둘러싼 논쟁

네덜란드에서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부흥했던 시기인 17세기를 일반적으로 ‘황금 시대(the Golden Age)’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과연 ‘황금 시대’라는 표현이 17세기를 아우르는 명칭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암스테르담 박물관(Amsterdam Museum)에서 ‘황금 시대’라는 표현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발표하였으며, 네덜란드 국내외 언론에서도 이를 집중 조명하며 반대 의견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17세기는 네덜란드 역사에 있어 중요한 시기 중 하나이며, 풍부한 문화 유산을 남긴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를 둘러싼 최근 네덜란드 미술계의 중요한 움직임인 17세기 ‘황금 시대’에 대한 논의를 살펴봅니다.

네덜란드의 황금 시대(the Dutch Golden Age)

Gezicht op Hoorn van Hendrick Cornelisz Vroom 1622 Westfries Museum Hoorn

네덜란드 관광국에서 담당하는 웹사이트, ‘홀란드 닷 컴(Holland.com)’에서는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황금 시대 (17세기)는 네덜란드 공화국이 아주 부유했던 시기입니다. 동인도회사(VOC)와 함께 무역이 꽃을 피웠습니다. 동인도회사의 회원들이었던 도시들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부유했으며, 이 도시들의 부유한 역사는 여전히 존재하는 많은 대저택, 운하, 교회, 도시 성벽, 항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술과 과학도 또한 꽃을 피웠으며, 이 시기를 대표하는 화가들로 렘브란트, 할스(Hals), 페르미어(Vermeer), 스테인(Steen)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 2019년은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사람,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의 서거 35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네덜란드에서는 2019년을 ‘렘브란트의 해’로, 그리고 ‘Rembrandt & the Dutch Golden Age 2019’라는 테마 아래 렘브란트와 ‘황금 시대’를 다루는 전시와 행사를 선보였습니다. (자세히 보기) 그 중에서도, 네덜란드 황금 시대의 대표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라익스뮤지엄(Rijksmuseum Amsterdam)에서는 ‘황금 시대’를 중심으로 세 개의 대규모 전시를 공개했고, 렘브란트의 걸작 〈야경〉 복원을 향한 여정으로 ‘야경 작전(Operation Night Watch)’을 실시하고 있죠. (자세히 보기)

출처: https://www.holland.com/global/tourism/holland-stories/golden-age.htm

이처럼 ‘황금 시대’는 흔히 17세기의 융성했던 문화 예술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곤 합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기본 역사 교육을 받았다면 모두가 알고 있는 용어이기에, 문화 예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도 17세기를 다룰 때 빠지지 않는 단어입니다.

암스테르담 박물관의 ‘황금 시대’ 용어 사용 중단 결정

그렇다면 과연, 17세기를 ‘황금 시대’라고 지칭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까요? 지난 9월 12일 암스테르담 박물관은 심사숙고 끝에 17세기를 지칭할 때 더 이상 ‘황금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암스테르담 박물관의 결정에 대한 발표 내용이 담긴 영문 전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Dutch Culture Korea에서는 번역된 일부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전합니다.

암스테르담 박물관은 이번 ‘황금 시대’라는 표현에 대한 재평가를, 해당 시기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여지를 두는 지속적인 노력의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은 17세기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황금 시대’라는 표현을 지울 것입니다. 또한 (암스테르담 박물관 컬렉션의 일부를 보관하고 있는) 에르미타주 암스테르담(Hermitage Amsterdam)의 암스테르담 윙에서의 반상설 전시 〈황금 시대의 초상화 갤러리(Portrait Gallery of the Golden Age)〉를 〈17세기의 초상화 갤러리(Portrait Gallery of the 17th Century)〉로 이름을 변경합니다.

네덜란드에서 ‘황금 시대’는 네덜란드 공화국이 경제력과 군사력을 선두하던 시기인 17세기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수십 년간 관례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용어는 역사에서 더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관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박물관의 목표를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스테르담 박물관에서 17세기를 담당하는 큐레이터 톰 판 더르 몰른(Tom van der Molen)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황금시대’라는 용어는 국민적 자부심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서양 역사 기록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7세기의 역사적 현실 중 일부인, 번영, 평화, 사치 등 긍정적인 부분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현실인 당시에 있었던 가난, 전쟁, 강제 노동, 인신 매매 등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 용어가 네덜란드의 17세기 역사를 오로지 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현상에 일조하여 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언급되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판 더르 몰른은 이에 대해 “모든 세대와 각 개인은 역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 특정한 대화는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며, ‘황금 시대’라는 용어가 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위와 같은 암스테르담 박물관의 발표 직후, 더치 뉴스(Dutch News), 더 텔레흐라프(De Telegraaf) 등 네덜란드 언론은 물론, 더 가디언(The Guardian), 아트넷(Artnet) 등에서도 이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그리고 10월 25일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서도 이 내용을 보도하며, 이 발표에 대한 각계 각층의 반응에 대해서도 전했습니다. 암스테르담 박물관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마르흐르트 셰버마커르(Margriet Schavemaker)는 “우리는 ‘황금 시대’가 어떤 면에서는 승자의 이야기이며, 네덜란드의 과거 식민은 감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예에 대한 과거를 감출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빈곤은 완전히 덮어버립니다. 절대로 모든 사람들이 ‘황금 시대’에 함께했던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암스테르담 박물관의 발표는 곧바로 비난을 받고, 박물관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부정적인 댓글로 넘쳐났습니다. 네덜란드의 마크 뤼터(Mark Rutte) 총리도 이 결정에 대해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고 언급하며 이 용어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네덜란드 미술관/박물관 계에서 생각의 흐름이 바뀐 것은 명확하며, 여러 주요 문화 기관들을 이끄는 사람들은 대중에게 역사를 소통하기 위한 이 익숙한 방법을 되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많은 큐레이터와 학자들도 문화 기관들이 식민지적 사고방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즈 기사 “A Dutch Golden Age? That’s Only Half the Story” 전문 보기)

얼마 전 11월에는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큐레이터들의 네트워크 ‘CODART’는 톰 판 더르 몰른 큐레이터의 에세이 〈‘황금 시대’의 문제(The problem of ‘the Golden Age’)〉를 소개했습니다. 지난 9월 발표된 암스테르담 박물관의 ‘황금 시대’ 용어 사용 중지 결정이 미술계의 여러 반응을 촉진시켰고, 뉴욕 타임즈의 보도처럼 일부는 긍정적으로 또다른 일부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CODART의 회원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CODART에서는 의견이 극명한 이 논의를 더 깊이 있게 바라보기 위해서 CODART의 회원이자 암스테르담 박물관에서 17세기를 담당하는 큐레이터 톰 판 더르 몰른(Tom van Der Molen)의 의견을 담은 에세이를 공개했습니다. 

그는 ‘황금 시대’라는 용어가 사용된 역사, 그리고 이에 대한 과거의 논의를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9세기와 20세기에 네덜란드 신문에서 ‘황금 시대’를 사용한 빈도를 조사하여 ‘황금 시대’라는 용어의 사용이 점차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잡았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전시 〈황금 시대의 초상화 갤러리(Portrait Gallery of the Golden Age)〉의 기획자로서의 용어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도 언급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CODART – Curators Project 〈‘황금 시대’의 문제(The problem of ‘the Golden Age’)〉 전문 보기)


최근 네덜란드 미술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내용 중 하나인, 17세기를 ‘황금 시대’로 통칭하여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지만, 중요한 시기의 역사에 대해 자기반성적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 할만한 움직임입니다. 이 논의가 계속해서 어떻게 진행되어갈지, 네덜란드 문화 예술계의 이 움직임을 주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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