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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DxPO] 유머와 아이러니가 있는 네덜란드 정물사진의 세계

네덜란드 예술의 특징으로 ‘유머’와 ‘아이러니’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지금 진행 중인 ‘스틸/라이프 ─ 네덜란드 현대 사진전’에서도 유머와 아이러니함을 곳곳에서 발견해볼 수 있답니다.

지난 포스팅 [NEDxPO] ‘스틸/라이프 – 네덜란드 현대 사진전’이 시작됩니다!에서는 네덜란드 사진계에서의 ‘정물’이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통해 전시를 미리 만나보았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틸/라이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에 대한 소개와, 이번 전시에 포함된 작품 외에 또다른 네덜란드의 예술적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본 포스팅은 지난 5월 3일 있었던 폼 사진미술관의 부관장 마르셀 페일Marcel Feil의 큐레이터 토크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스헤일턴스 & 아버너스의 현실과 인위적임의 흥미로운 대화

마르셀 페일 폼 사진미술관 부관장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다 믿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스헤일턴스 & 아버너스(Scheltens & Abbenes)의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재하는 대상처럼 보이지만, 철저히 작가에 의해 구성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요.

© Scheltens & Abbenes
http://www.danzigergallery.com/projects/scheltens-and-abbenes

위의 작품은 <스틸/라이프> 전시 초입부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 중 하나인데요. 이 사진은 요리책, 꽃 백서 등에서 섬세하게 잘라낸 컷아웃을 모아 이를 촬영한 것입니다. 즉 실제 꽃, 실제 과일을 촬영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가의 스튜디오에 실제로 종이들이 있었으므로 그것들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지만 ‘생화’가 아닌 ‘꽃다발(Bouquet)’이라는 제목의 작품인 것입니다. 이처럼 정물 사진이란 현실과 인위적인 것 사이의 흥미로운 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의 의도와 관객의 인지 사이에서 흥미로운 대화가 펼쳐지는데요. 작가들은 착시 현상을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응용합니다.

© Scheltens & Abbenes http://www.scheltens-abbenes.com/work/detail-in-reverse

‘밸러스터(Baluster, 난간을 받치는 작은 기둥)’ 작품도 또한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하는데요. 얼핏 보면 비싼 도자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속 대상은 사실 ‘트로피 컵’으로, 꽤 비싸 보이지만 대량 생산 된 싼 제품입니다. 스헤일턴스 & 아버너스는 트로피컵을 분해하고 해체하여 재조립하였습니다. 이들은 재조립 한 트로피컵을 상자 안에 넣고, 상자 안쪽 면에는 부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수건을 덧대었습니다. 그리고 상자에 작게 구멍을 뚫고 카메라를 넣어서 촬영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이처럼 작가들은 우리의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을 가지고 장난을 치곤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보는 경우, 내가 이것을 안다고 전제한 상태에서 대상을 보고 이해하는데요. 하지만 우리에게 보이는 것, 그리고 이해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객관적이라고 믿는 신문기사의 사진이라고 할 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5분 전 혹은 후에, 혹은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찍었더라면 또 다른 내용을 전달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가 그것을 남기고 싶어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찍은 자의 의도가 담겨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블로머스 & 스쿰의 광고

Potato, 2003 (c) Anuschka Blommers en Niels Schumm

〈스틸/라이프〉 포스터 속 ‘감자’는 사진작가 듀오 블로머스 & 스쿰(Blommers & Schumm)의 작품입니다. 이들은 정물 사진 외에도 패션 사진 작업도 활발히 해오고 있는데요. ‘감자’를 촬영할 때에도 패션 잡지 속 명품들을 대하는 것과 같이 감자를 대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정물화는 역사적으로 일상적인 대상들을 주제로 ‘구성’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물화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가 블로머스 & 스쿰의 ‘감자’입니다. ‘감자’는 농업이 발달한 네덜란드에서는 일상적이고 흔한 작물인데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두 다르고, 하나하나의 감자는 독특합니다. 사람들도 모두가 다 다르고,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작가는 ‘감자’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개성을 발견하여 이를 작품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이는 일상적인 것들도 기술과 섬세한 주목을 통해서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블로머스 & 스쿰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http://blommers-schumm.com/

http://blommers-schumm.com/

http://blommers-schumm.com/

(c) The-Gourmand-Issue-No.9-2, http://blommers-schumm.com/

포크와 나이프에 달팽이가 얹어져있는 이 사진은, The Gourmand 9호에 사용된 사진입니다. 평평함과 명료함이 돋보이는 표현이, 마치 그래픽 디자인 같이 보입니다. 식기와 달팽이의 조합 속에서도 역시 유머 감각과 아이러니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블로머스 & 스쿰 뿐만 아니라 많은 네덜란드 사진 작가들이 출판물에 사용하는 사진도 많이 촬영하는데요. 이는 그래픽 디자인에도 능하기 때문입니다.

http://blommers-schumm.com/

위 사진에서는 한 번에 두 가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초상화 같기도 하고, 여러 물건들의 집합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구성’되고, ‘연출’되어 인위적으로 현실을 재구성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처럼 사진을 찍는 행위가 현실을 단순히 반영하는 것 뿐 아니라, 현실을 바꾸거나 현실에 영향을 주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도 사진을 찍을 때면 자신이 보이고 싶은대로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지는 것처럼, 정물 사진도 보이게 만들고 싶은대로 ‘구성’하여 촬영합니다.

 

에바-피오레 코바초브스키의 유머

계속해서 네덜란드 예술에서의 ‘유머’감각을 만나볼 텐데요.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정물’로, 그대로 풀이하면 ‘움직이지 않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에바 피오레 코바초브스키(Eva-Fiore Kovacovsky)는 물건을 얼려 버렸습니다.

Frozen Still Life Ⅰ © Eva-Fiore Kovacovsky

Frozen Still Life Ⅱ © Eva-Fiore Kovacovsky

‘얼어 붙은 정물’처럼 야채, 배추, 과일 등을 얼려버리게 되면, 시간도 멈춰 버리며, 움직이지 않는 물건이 됩니다. 작가는 유머를 섞어서 진정한 의미의 ‘스틸 라이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너 더 프리스의 손재주

에바 피오레 코바초크스키가 물건을 얼렸다면, 이번에는 녹은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아너 더 프리스(Anne de Vries)의 ‘눈요깃거리(Eye Candy, 2007)인데요.

© Anne de Vries, https://www.designboom.com/art/work-by-artist-anne-de-vries/

물건을 녹인다는 것이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진지한 손재주(craftsmanship)을 가지고 만든 작품입니다. 이 작품들처럼 어떤 작품들은 재미로 만든 것처럼 진지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역시 진지한 태도로 작품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으로 표현된 정물, 레네르트 & 산더르

전시에서는 사진 뿐 아니라 레네르트 & 산더르(Lernert & Sander)의 영상 작품 4점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영상 작품 속에서도 정물화의 유머와 아이러니가 잘 발견된답니다.

레네르트와 산더르는 아티스트와 그래픽 디자이너로 구성된 듀오로, 2007년부터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고차원의 개념적인 예술 영상, 눈길을 사로잡는 설치물과 예리한 패션 미학으로 유명하답니다. 건방진 유머 감각을 이끌어내는 레네르트와 산더르의 단순하면서도 깜짝 놀랄만한 접근은 다양한 수상은 물론 세계적인 이목을 끌며 산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레네르트와 산더르는 예술과 상업의 구분에 대해서 경계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믹스매치를 즐기고,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의 광고를 만들어냅니다.

(c) Lernert&Sander, http://lernertandsander.com/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치즈가 유명한데요. 큐브 모양의 치즈가 광고되는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일도 정육면체로 잘라서 광고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심플한 아이디어로 위의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위와 같이 제대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꼼꼼하고 섬세한 연출이 필요합니다.

이 사진은 실제로 네덜란드 신문인 ‘폴크스크란트(De Volkskrant)’에서 ‘음식’을 테마로 특별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제작해달라는 요청으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레네르트와 산더르는 가공을 거치지 않은 음식을 2.5×2.5×2.5 cm의 완벽한 정육면체로 만들어 냈습니다.

(c) Lernert&Sander, http://lernertandsander.com/

(c) Lernert&Sander, http://lernertandsander.com/

위 작품은 실제 광고였는데요. 페어웰(Farewell)이라는 제목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다른 요소들은 모두 없애고 아이디어의 핵심인 ‘작품’만을 드러냈습니다.

아래와 같은 또다른 작품에서는 광고를 비웃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Last Season from Lernert & Sander on Vimeo.

(c) Lernert&Sander, http://lernertandsander.com/

영상과 사진에서 보면 실뭉치에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붙어있습니다. 각 브랜드의 옷을 해체해서 실로 만든 것인데요. 이와 같이 브랜드의 제품이라고 해도 풀어내면 실 한덩이로 나오는 제품인 것을 ‘왜 비싸게 팔고 사는가?’에 대해 냉소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또한 프라다의 ‘제품’을 사는 것은 곧 프라다가 내놓은 ‘아이디어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난스러워 보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이면에는 진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것이죠. 광고와 브랜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의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c) Lernert&Sander, http://lernertandsander.com/

(c) Lernert&Sander, http://lernertandsander.com/

(c) Lernert&Sander, http://lernertandsander.com/

위 작품은 구두를 형상화한 작품들인데요. 현대 여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하이힐을 신을 수 없는 형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하이힐을 비판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졌지만, 일반적인 하이힐이 전시되는 것처럼 진열장 안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실제 대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심플한 아이디어 하나의 연출을 통해서 뒤집어진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레네르트 & 산더르의 재미있는 영상 작품을 몇 가지 더 소개합니다.

16:59 – Boring Collection from Lernert & Sander on Vimeo.

Castello – Creamy Blue from Lernert & Sander on Vimeo.

Turtle Cam from Lernert & Sander on Vimeo.


<스틸/라이프 – 네덜란드 현대 사진전> 속 작품들과 참여 아티스트들의 다른 작품들을 통해 만나본 네덜란드 예술의 유머와 아이러니함, 어떻게 보셨나요? 지난 5월 3일 열린 폼 사진 미술관 마르셀 페일 부관장의 큐레이터 토크를 통해 네덜란드의 사진계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큐레이터 토크는 종료 되었지만, 전시는 5월 30일까지 KF갤러리에서 계속되니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네덜란드 올림픽 문화 프로그램 NEDxPO2018는 네덜란드 문화예술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NEDxPO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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